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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오래 남는 향기를 만드는 건 향료 그 자체보다 ‘구조’다
향이 오래 가는 향수는 무엇이 다를까?
향수를 뿌렸을 때,
누군가의 옷에 향이 하루 종일 남아 있는 경험이 있는가?
반면 어떤 향수는 30분 만에 증발해버리는 듯한 허무함을 주기도 한다.이는 단순히 향수의 가격이나 브랜드 때문이 아니다.
향료의 조합 방식, 즉 휘발성의 조절, 분자 간의 응집력, 향료 간 시너지 구조가
향의 지속 시간을 좌우한다.이번 글에서는
- 향료의 휘발성과 지속력 차이
- 향수 구조 설계에서 지속력을 높이는 배합 공식
- 향료 계열별 지속력 강도 비교
- 실제 향수의 지속력 전략
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향료의 휘발성: 지속력을 좌우하는 첫 번째 기준
향료는 분자량과 휘발성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노트특징지속 시간 (대략)대표 향료 예시탑노트 분자 구조 작고 휘발 빠름 10~30분 레몬, 베르가못, 시트론 하트노트 중간 휘발성, 향의 중심 유지 1~3시간 자스민, 라벤더, 제라늄 베이스노트 무거운 분자량, 잔향 오래 남음 4~12시간 이상 바닐라, 머스크, 앰버, 시더우드 📌 향수가 오래 지속되려면 베이스노트 구성 향료의 휘발 억제력과 밀착력이 핵심이다.
향의 지속력 설계를 위한 배합 원리
단지 베이스노트를 강화한다고 해서 지속력이 길어지지는 않는다.
‘노트 간 연결’, 그리고 **‘향료 간의 휘발 속도 차이 제어’**가 핵심이다.▸ 배합 공식 1: “노트 다리 놓기”
구성향료기능탑노트 베르가못, 페퍼민트 빠르게 퍼지며 흥미 유도 미들노트 라벤더, 아이리스 탑과 베이스 사이의 부드러운 연결 베이스노트 앰버, 바닐라, 머스크 잔향 유지, 지속력 확보 → 중간 노트에서의 유기적 전이가 있어야
→ 탑노트가 사라져도 향이 끊기지 않고 지속됨
지속력을 높이기 위한 실전 향료 조합 전략
1. 머스크 + 앰버 + 바닐라 조합
- 머스크는 향을 피부에 고정시키고
- 앰버는 향의 밀도를 높이며
- 바닐라는 잔향에 달콤한 여운을 준다
→ 이 조합은 피부 지속력 + 감정적 잔향을 동시에 제공
2. 시더우드 + 파출리 + 톤카빈
- 우디하고 드라이한 성분들이
- 베이스에 묵직한 무게감과 공간 점유력을 부여한다
→ 니치 향수나 남성 향수에 자주 쓰임
3. 이소E 슈퍼 + 캐시미란
- 현대 향수에서 자주 사용되는 고휘발 고지속 합성향료
- 다른 향료들과 잘 섞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오래 남는다
대표 향수의 지속력 설계 사례
- Maison Francis Kurkdjian – Baccarat Rouge 540
→ 이소E 슈퍼 + 앰브록산 + 사프란
→ 분자향 중심의 고밀도 지속력 향수 - Le Labo – Santal 33
→ 시더우드 + 샌달우드 + 가죽 계열 + 머스크
→ 드라이하지만 은은하게 오래가는 구조 - Tom Ford – Black Orchid
→ 베이스노트에 오크모스, 초콜릿, 앰버, 인센스
→ 지속력은 물론, 잔향에 강한 인상 남기는 설계
향수 지속력의 심리적 트릭도 존재한다
향수의 지속력은 실제 화학적 휘발력뿐 아니라
**‘후각적 적응’(olfactory fatigue)**이라는 심리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본인은 더 이상 향이 나지 않는 것 같지만
- 주변 사람은 여전히 향을 느낄 수 있다
→ 이는 향의 분자가 남아 있어도, 뇌가 감지를 줄이는 현상
📌 그래서 향수의 지속력을 높이기 위한 배합 전략은 단지 향료 강화가 아니라,
향의 ‘리듬과 밀도’ 설계까지 포함해야 한다.
지속력은 향의 ‘감정적 체류 시간’이다
향수의 지속력은 단순히 향이 남는 시간이 아니다.
그건 어떤 감정을 얼마나 오래 그 사람의 피부와 공간에 남겨두느냐의 문제다.그 지속력을 결정짓는 건
- 향료의 분자 구조
- 휘발성의 계층 설계
- 감정의 전이 리듬
이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배합되어야 완성된다.
좋은 향수는 그저 오래가는 향이 아니라,
**‘감정이 오래 머무르는 설계’**를 가진 향이다.